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상속포기 후 상속재산을 처분을 하였더라도, 처분대금 전액을 상속채권자 중 우선변제권자에게 귀속시키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부정소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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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단순승인사유로서 상속재산의 부정소비(민법 제1026조제3호)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부모님의 상속재산 중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 즉, 채무가 많은 경우에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이후 '정당한 사유'없이 상속재산을 써서 없앤다면(이를 '부정소비'라 합니다.) 법정단순승인한 것으로 보게 됩니다. 그런 경우에는 상속인인 자녀가 피상속인인 부모의 적극재산보다 많은 빚까지 떠안아야 되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상속재산 중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많아 상속포기 등을 한 경우에 이러한 '부정소비'에 해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부정소비' 이외에도, '은닉', '고의의 재산목록 불기재' 도 단순승인사유가 됩니다.)
그렇다고 상속포기 등 이후에 모든 재산처분 행위가 '부정소비' 등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재산처분행위는 '부정소비'에 해당하지 않게 됩니다.
아래 대법원 사례는 '부정소비'에 해당하지 않는 상속포기 후 상속재산처분행위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 개요
1. 이 사건 농지는 농업기반공사및농지관리기금법에 의하여 지원된 농지로서 A가 2000. 3. 2. 농업기반공사로부터 이를 매수하여 같은 달 8.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습니다. 그리고 농업기반공사의 동의 없이는 8년 이내에 타인에게 전매할 수 없는 것으로 약정하였고, 매매대금을 20년 동안 균등분할상환하기로 하되 매매대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농업기반공사 앞으로 채권최고액 29,862,000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습니다.
2. A가 분할매매대금 중 1회분만 납입한 채 2001. 6. 29. 사망하였습니다. A의 상속인들인 피고들은 2001. 8. 3. 전주지방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여 같은 달 8. #상속포기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런 도중 농업기반공사의 신청에 따라 이 사건 농지에 경매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3. 위 경매도중 B가 이 사건 농지의 매수를 희망하자 농업기반공사와 B는 B가 농업기반공사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농지를 피고들로부터 매수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매매대금은 A의 미지급 매매대금과 연체이자 및 경매신청비용 등을 합한 금액으로 정하여 B가 피고들이 아닌 농업기반공사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4. 농업기반공사와 B가 피고들에게 위와 같은 약정내용을 설명하면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피고들은 2002. 3. 4. B에게 이 사건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B는 A의 미지급 매매대금과 연체이자 등의 합계액인 22,640,070원으로 정해진 이 사건 농지의 매매대금 전액을 그 이튿날인 2002. 3. 5. 이 사건 농지의 #근저당권자로서 #우선변제권자인 농업기반공사에게 직접 지급하였습니다.
5. 그 후 농업기반공사는 경매신청을 취하하고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해지하였으며, 이어 2002. 4. 2. 이 사건 농지에 관하여 피고들 명의의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에 이어서 소외 2 명의의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 경료되었습니다.
2심의 판단
상속인들이 상속포기를 한 후 상속재산을 매도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민법 제1026조 제3호에 정한 #상속재산의 부정소비에 해당하여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피고들은 A의 상속인들로서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법 리
민법 제1026조는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하면서 제1호로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를, 제3호로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를 규정하고 있는바,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에는 그로 인하여 상속채권자나 다른 상속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경우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것이 위 제3호에 정한 상속재산의 부정소비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 나아가 위 제3호에 정한 '상속재산의 부정소비'라 함은 정당한 사유 없이 상속재산을 써서 없앰으로써 그 재산적 가치를 상실시키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
판 단
피고들은 상속을 포기한 후에 이 사건 농지를 처분하였으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적용될 여지가 없고, 같은 조 제3호에 정한 상속재산의 부정소비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이 문제된다 할 것인바,피고들이 그 주장과 같은 경위로 이 사건 농지를 처분하여 그 처분대금 전액이 우선변제권자인 농업기반공사에게 귀속된 것이라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피고들의 행위를 상속재산의 부정소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사 족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대개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이후 상속재산 처분은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부정소비'에 해당하지 않아 단순승인이 되지 않더라도 상속재산 처분으로 인해 상속채권자나 다른 상속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부정소비는 아니라 할지라도 상속재산 처분으로 상속채권자나 다른 상속인들에게 돌아가야할 상속재산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