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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째 이야기 -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받기위해 주택을 점유하는 경우 보증금채권은 소멸시효가 진행될까?(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44224, 2442판결)

성실한 김변 2022. 12. 11. 12:41

소멸시효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대차에서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동시이행항변권을 근거로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고 있는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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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롤로그

주택임대차 관계에서 #임대차기간이 끝났음에도 임대인 즉,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 주지 않는다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통 임차인은 보증금이 재산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손쉽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보증금을 돌려줄 때까지 임차한 주택을 계속 점유(사실상 지배,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거나 열쇠를 전달해주지 않습니다)하고 돌려 주지 않는 것입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주택을 돌려줄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권리 즉, 보증금반환채권의 경우 10년의 소멸시효에 해당하지 위험이 있습니다.이번 이야기의 사례는 위와 같은 상황이 10년 넘게 지속된 상황에서 소송이 발생한 것입니다.

2. 사실관계

(1) A는 피고로부터 임대권한을 위임받아 1998. 5. 31. 피고를 임대인으로 하여 (임대기간 2년) 이 사건 102호를 원고(임차인)에게 임대하였다. 원고는 그 무렵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 2,500만 원을 지급하고 이 사건 102호에 입주하였다.

(2)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기간이 끝날 무렵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102호를 인도해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인도를 거부하였고,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2000. 5. 30. 이후에도 이 사건 102호에 계속 거주하였다.

(3) 원고는 2008. 5.경 결혼을 하면서 이 사건 102호에 기본적인 가재도구를 남겨둔 채 2013년 무렵까지 우편물 정리와 집기류 확인 등을 위해 원고의 모친 B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102호에 출입하게 하면서 점유하였다.

(4) 피고는 2014. 12. 14. C에게 이 사건 102호를 매도하고 2015. 6. 19.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2015. 6. 23. 소외 3에게 이 사건 102호를 인도하였다.

(5)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본소를 2014. 4. 22. 제기하였다.

3.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00. 5. 30. 계약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보증금 2,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4. 피고의 주장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이 2000. 5.경으로부터 10년이 지난 2010. 5월경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따라서 보증금을 반환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5. 법원의 판단

가. 2심(항소심)의 판단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2000. 5. 30. 종료되었고,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본소는 위 종료일로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2014. 4. 22.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2000. 5. 30. 기간 만료 등의 사유로 종료하였지만 원고는 그 이후에도 이 사건 102호를 점유하면서 피고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해왔고, 2015. 6. 23.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102호를 소외 3에게 인도하였다. 원고가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이 사건 102호를 점유한 기간 동안에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본소가 이 사건 102호에 대한 원고의 점유상실 전인 2014. 4. 22. 제기된 이상 원고의 보증금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여야 한다.

6. 에필로그

이번 사례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계속 돌려주지 않았을 때, 임대인의 권리인 주택반환의무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데 반하여 임차인의 권리인 보증금반환채권만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면 이는 불공평합니다.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하여 보증금의 반환을 받지 못하여 주택을 점유하는 경우에는 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물론 10년 동안이나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일은 임차인 입장에서 피하여야 할 상황이므로, 임대차계약 후 입주시 전입신고, 확정일자, (되도록이면)보증금반환보증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7. 관련 법리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도 일정한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 권리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법률관계가 점점 불명확해지는 것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로서, 일정 기간 계속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곤란해지는 증거보전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람을 법적 보호에서 제외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되어야 한다. 채권을 일정한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하지만(민법 제162조, 제163조, 제164조), 채권을 계속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 나아가 채권을 행사하는 방법에는 채무자에 대한 직접적인 이행청구 외에도 변제의 수령이나 상계, 소송상 청구 및 항변으로 채권을 주장하는 경우 등 채권이 가지는 다른 여러 가지 권능을 행사하는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채권을 행사하여 실현하려는 행위를 하거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행위 모습이 있으면 권리를 행사한다고 보는 것이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임대차가 종료함에 따라 발생한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대법원 1977. 9. 28. 선고 77다1241, 124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14671 판결 등 참조).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동시이행항변권을 근거로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것은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에 기초한 권능을 행사한 것으로서 보증금을 반환받으려는 계속적인 권리행사의 모습이 분명하게 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임대차 종료 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는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직접적인 이행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권리의 불행사라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과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임대인의 목적물인도청구권은 소유권 등 물권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지와 관계없이 그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만일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여 적극적인 권리행사의 모습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보증금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보면, 임차인은 목적물반환의무를 그대로 부담하면서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만 상실하게 된다. 이는 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임대인이 목적물에 대한 자신의 권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증금반환채무만을 면할 수 있게 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나아가 이러한 소멸시효 진행의 예외는 어디까지나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목적물을 적법하게 점유하는 기간으로 한정되고, 임차인이 목적물을 점유하지 않거나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하여 정당한 점유권원을 갖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는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그 채권에 관계되는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에 반하지 않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은 “임대차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2008. 3. 21. 법률 제8923호로 개정되면서 표현이 바뀌었을 뿐 그 내용은 개정 전과 같다). 2001. 12. 29. 법률 제6542호로 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도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제9조 제2항). 이는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과 마찬가지 정도로 강하게 보호함으로써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목적물을 점유하는 동안 위 규정에 따라 법정임대차관계가 유지되고 있는데도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그대로 시효가 진행하여 소멸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위 규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부당하다.

위와 같은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와 취지,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 보증금반환채권에 관계되는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대차에서 그 기간이 끝난 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44224, 244231 판결 [임대보증금반환·#건물명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