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85)부모님 돈을 훔친 자식을 형사처벌할 수 있을까?(2020헌마468 등)

성실한 김변 2024. 7. 7. 21:12

가능합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직계혈족 등에 대한 재산범죄에 대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 제328조제1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변호사 김태형 법률사무소 042-710-4497

대전 서구 둔산동 1395 민석타워 1203호

ecofirst@hanmail.net

 

 

형법 상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모와 자식 간 등 가까운 친족간 재산범죄의 처벌과 소추조건에 관한 특례를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고 하고, 우리 형법 제328조는 친족상도례 규정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친족상도례 규정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모든 재산범죄, 즉, 절도, 사기, 횡령 등에 적용됩니다. 즉 과거에는 부모 자식 사이 등 법에서 정한 가까운 친족 사이에는 절도, 사기, 횡령 등은 형사처벌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과거에도 민사소송으로 훔쳐 간 돈 등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202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근거는 위 규정은 일정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와 관련하여 형사처벌의 특례를 인정하는 데 있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면제’를 함에 따라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형사피해자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입은 자신의 피해에 대하여 진술할 수 있는 권리)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앞으로는 부모님을 가까운 친족의 돈을 훔치거나 부모님이 맡겨놓은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 법리 


1.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 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어떠한 내용으로 구체화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입법형성의 자유가 부여되고 있으므로, 그것이 재량의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한 경우에 비로소 위헌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 심판대상조항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 친족상도례의 규정 취지는,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데에 있다. 가족·친족 관계에 관한 우리나라의 역사적·문화적 특징이나 재산범죄의 특성, 형벌의 보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거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인 가능한 수준의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내지 처벌에 관한 특례의 필요성은 수긍할 수 있다.

○ 심판대상조항은 재산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일정한 친족관계를 요건으로 하여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심판대상조항은 직계혈족이나 배우자에 대하여 실질적 유대나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고, 또한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에 대하여 동거를 요건으로 적용되며, 그 각각의 배우자에 대하여도 적용되는데, 이처럼 넓은 범위의 친족간 관계의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움에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 본래의 제도적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 심판대상조항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재산범죄에 준용되는데, 이러한 재산범죄의 불법성이 일반적으로 경미하여 피해자가 수인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거나 피해의 회복 및 친족간 관계의 복원이 용이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예컨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횡령이나 업무상 횡령으로서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는 중한 범죄이고, 피해자의 임의의사를 제한하는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공갈), 흉기휴대 내지 2인 이상 합동 행위(특수절도) 등을 수반하는 재산범죄의 경우 일률적으로 피해의 회복이나 관계의 복원이 용이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

- 피해자가 독립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에 심판대상조항을 적용 내지 준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

-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법관으로 하여금 형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하여,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서는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형사피해자는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기소가 되더라도, ‘형의 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재판에서는 형사피해자의 법원에 대한 적절한 형벌권 행사 요구는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 로마법 전통에 따라 친족상도례의 규정을 두고 있는 대륙법계 국가들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일률적으로 광범위한 친족의 재산범죄에 대해 필요적으로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 유무에 관계없이 형사소추할 수 없도록 한 경우는 많지 않으며, 그 경우에도 대상 친족 및 재산범죄의 범위 등이 우리 형법이 규정한 것보다 훨씬 좁다.

○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형사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바, 이는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하여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

 

3. 헌법불합치결정의 필요성

○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일정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와 관련하여 형사처벌의 특례를 인정하는 데 있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면제’를 함에 따라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선택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며, 입법자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그 적용을 중지한다.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늦어도 2025. 12. 31.까지 개선입법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2025. 12. 31.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은 2026. 1.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