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부동산 관련 소송 중 가장 흔한 것은 건물 철거 및 토지 인도, 건물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입니다. 먼저, 토지 소유자는 건물 소유자 등에게 토지 지상에 있는 건물에 대한 철거를 청구하고 그 부지의 인도를 청구하게 됩니다. 이에 대하여 건물 소유자 등은 그 건물 부지 등을 20년이상 점유하였다는 이유로 건물 부지에 대하여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며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송은 개별적인 2개의 소송이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의 소송 절차에서 함께 이루어 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즉, 토지 소유자가 원고가 되어 피고인 건물 소유자 등에게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구하면(본소라고 합니다.), 동일한 소송 절차에서 피고 건물 소유자 등은 원고 토지 소유자에게 건물의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게 됩니다.(반소라고 합니다.). 이 때 원고는 반소피고, 피고는 반소원고라고 부릅니다.
이번 사례는 건물(주택)소유자가 본소로써 주택부지 소유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자, 주택 부지 소유자가 반소로써 주택 소유자에게 건물 철거를 구한 경우입니다.
(아래는 실제 사례를 각색하였습니다.)
2. 사실관계
가. 피고는 1982년경 친척인 E에게 피고 토지 중 피고 거주 주택이 소재한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일부를 무상으로 빌려 줌
나. E는 이 사건 주택을 이 사건 토지 위에 신축하고 2년간 탁구장을 운영하다 1984년경 F에게 위 건물을 매도함
다. D는 F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양수한 후 이를 5년간 사용하다가 1989년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원고와 사이에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마을이장이 입회하였고, 매매계약서 상 매매 목적물인 '부동산 표시'란에 아무 것도 기재되지 않았음
라.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장기간 이 사건 토지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았으며, 피고 역시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차임 등을 요구한 사실은 없음
3. 원고의 주장(저는 원고를 대리하였습니다.)
가. 원고는 D로부터 이 사건 주택과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이후 20년 동안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함
나. 매매계약서에는 목적물인 부동산의 표시가 되어 있지 않지만, 매도인 D와 매수인 원고의 주소가 동일하게 이 사건 토지의 지번인 ‘ OO군 OO면 00리 208번지’로 기재되어 있음. 이는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이 매매계약의 목적물이라는 것을 표시하는 것임
다. 이 사건 토지는 지목이 ‘대지’가 아니고 ‘전’이므로 그 위에 건축된 이 사건 건물은 건축물 대장상의 등재 및 소유권 보존등기가 불가능해 매매계약서에 건물을 따로 표시하지 않았던 것이고, 이 사건 토지 역시 분할 측량을 통한 정확한 면적의 산정, 분필 등기 등도 이루어지지 않아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던 것임.
라.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매가는 1989년 당시 580만원이었는 바, 이 사건 주택은 1984년에 약 100만원에 매매된 사실을 고려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은 이 사건 주택과 이 사건 토지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함.(시골 탄광촌 건물이 100만원에 거래된 지 5년이 지나 원래 가격의 6배에 이르는 가격에 매매될 가능성이 매우 낮음)
마. 이 사건 매매 계약 체결 당시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못하였으며, 가사 확인하였다고 하더라도 등기 명의와 무관하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권리 역시 D에게 있었다고 신뢰하였거나, 위 계약을 통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등기 명의를 넘겨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음.(민법 제569조 타인 권리의 매매)
4. 피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주택만을 매수하여 이 사건 토지를 점유`사용하였으므로 이는 악의의 무단 점유에 해당하고 자주점유이 추정이 깨어지므로 점유취득시효는 인정될 수 없음. 따라서 이 사건 주택을 철거하고, 이 사건 토지를 인도하여야 함. 그리고 법률상 원인없이 이 사건 토지를 점유사용하였으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함.
5. 재판부 판단
원고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의 자주점유 추정이 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인용하고, 피고의 건물 철거, 토지인도, 부당이득청구를 모두 부인하였습니다.
가. 매매계약서 상 '부동산 표시'란에 토지는 물론 건물 표시도 없으므로 매매계약서 해석상 이 사건 건물만을 매매목적물로 단정하기 어려움( 원고는 이 사건 토지는 지목이 ‘대지’가 아니고 ‘전’이므로 그 위에 건축된 이 사건 건물은 건축물 대장상의 등재 및 소유권 보존등기가 불가능해 매매계약서에 건물을 따로 표시하지 않았던 것이고, 이 사건 토지 역시 분할 측량을 통한 정확한 면적의 산정, 분필 등기 등도 이루어지지 않아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함)
나. 이 사건 주택과 토지의 점유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건물과 토지가 함께 매도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다. 이 사건 주택이 1984년경 100만원에 매매되었으나, 1989년경 580만원에 매매되어 약 6배에 이르는 바. 이는 D가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일괄하여 매도하였기 때문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라.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토지가 피고 소유임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등기부를 확인하는 방법 등으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마. 원고가 이 사건 토지가 피고의 소유임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D 로부터 타인 토지에 대한 매매로써 D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처분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바. 이 사건 토지와 피고 소유 나머지 토지는 분필절차를 거쳐야 이전등기가 가능했던 점, 원고와 피고는 수 십년간 이웃사촌으로 잘 지내왔으며, 피고가 2014. 7.까지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지료를 요구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장기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원고에게 자주점유의 의사가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
6. 에필로그
부동산 소유권 이전은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 지급과 인도 이외에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야 법적으로 유효하게 됩니다. 위 사안에서 원고는 주택 뿐만 아니라 토지도 매수하였으나 토지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아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피고에게 남아있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갑자기 지료를 받겠다고 하자 원고는 어쩔 수 없이 점유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하여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직접 토지를 매수하였다면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면 충분하나, 원고는 피고가 아닌 D로부터 토지와 주택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여 그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위 사안에서 원고가 악의의 무단 점유(아래 법리 참조, 단순하게 말하면, 자신이 토지를 점유할 원인이 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유없이 토지를 점유하는 것)에 해당하여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원고의 경우가 악의의 무단점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점유취득시효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이 사건 역시 1심에서 원고가 패소하였으나 2심에서 원고를 대리하여 원고가 이 사건 주택과 토지를 매수한 경위 등 사정을 자세히 주장하여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일부 승소를 이끌어 내었습니다.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2심에서 승소를 이끄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뢰인의 사정을 열심히 청취하여 재판부를 설득하여 승소를 받아내었을 때 성취감이나 보람 역시 매우 큰 것 역시 사실입니다.
7. 관련 법리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하여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는 것이고,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그 추정은 깨어지는 것이므로,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대법원 2000. 3. 16. 선고 97다376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점유자가 스스로 매매 또는 증여와 같이 자주점유의 권원을 주장하였으나 이것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원래 자주점유의 권원에 관한 입증책임이 점유자에게 있지 아니한 이상 그 주장의 점유권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거나 또는 점유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99다72743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등 참조 )
현행 우리 민법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 물권의 득실변경에 관하여 등기라는 공시방법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그 효력이 생긴다는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기에 공신력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또 현행 민법의 시행 이후에도 법생활의 실태에 있어서는 상당기간 동안 의사주의를 채택한 구 민법에 따른 부동산 거래의 관행이 잔존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토지의 매수인이 매매계약에 의하여 목적 토지의 점유를 취득한 경우 설사 그것이 타인의 토지의 매매에 해당하여 그에 의하여 곧바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매수인이 점유권원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도인에게 처분권한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를 매수하였다는 등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 한, 그 사실만으로 바로 그 매수인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이 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3. 16. 선고 97다37661 전원합의체 판결 [건물철거등]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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