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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번째 이야기 - 임대차 계약 후 사정이 변경된 경우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54846 판결)

성실한 김변 2022. 12. 15. 16:39

 

어렵지만 가능합니다.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최근 이를 인정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김태형 법률사무소 042-710-4497
대전 서구 둔산동 1395 민석타워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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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변경으로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한 사례

 

 

우리가 부동산을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여러 사정들이 변경되어 당초 매수한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을 때가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계약준수의 원칙에 따라 기존 계약한 대로 그대로 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즉, 모든 사람들이 계약을 체결한 뒤 그 때 그 때 사정이 변경되었다고 계약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일도 처리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계약을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하고 있고 계약 후 상황이 변경되었다고 하여 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좀처럼 인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계약을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라 하더라도 계약 체결 후 상황이 180도 변하고 그러한 상황변화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며, 계약을 그대로 준수하게 되면 계약당사자에게 지나치게 큰 손해를 줄 경우에도 계약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할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예외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리는 이전에도 존재하였으나, 실제로 그러한 사례가 극히 드물었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사안은 모델하우스 건축을 전제로 토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이후 모델하우스 건축이 법률상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으로 최근 대법원에서 사정변경으로 계약해지를 인정하였습니다. 앞으로 유사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계약 해지를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사건 개요

 


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6. 2. 17.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임차보증금 1억 원, 연 차임 3,000만 원, 기간 3년으로 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체결됨

나.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사업을 위한 견본주택 건축을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에도 특약사항으로 위 목적이 명시되어 있음.

피고는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던 oo마을 지주공동사업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으로서 이 사건 사업의 진행 내용 등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으므로, 견본주택이 건축되지 않을 경우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임대차계약 당시부터 인식하고 있었음

다. 원고는 2016. 4. 21. 용인시장으로부터 가설건축물 축조신고 반려통보를 받고 2016. 8. 8. 주택사업계획승인신청 반려통보를 받음으로써 이 사건 토지에 견본주택을 건축할 수 없게 되었고, 피고도 그 무렵 이 사건 토지에 견본주택을 건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됨

라. 이 사건 토지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부터 현재까지 타인이 무단으로 점유하면서 새시 제조를 위한 임시가설물 설치, 각종 자재 보관 용도로 사용하고 있음

 

법 리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54846 판결 등 참조)

 

법원의 판단

 

(1)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사업을 위한 견본주택 건축을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에도 특약사항으로 위 목적이 명시되었는데, 이는 임대차계약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아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던 ○○마을 지주공동사업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으로서 이 사건 사업의 진행 내용 등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으므로, 견본주택이 건축되지 않을 경우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임대차계약 당시부터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 원고는 2016. 4. 21. 용인시장으로부터 가설건축물 축조신고 반려통보를 받고 2016. 8. 8. 주택사업계획승인신청 반려통보를 받음으로써 이 사건 토지에 견본주택을 건축할 수 없게 되었고, 피고도 그 무렵 이 사건 토지에 견본주택을 건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 임대인은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적당한 상태를 갖추어 임차인에게 인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계약존속 중에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623조). 이 사건 토지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부터 현재까지 소외인이 무단으로 점유하면서 새시 제조를 위한 임시가설물 설치, 각종 자재 보관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4) 견본주택 건축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다. 견본주택을 건축할 수 없어 원고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인도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사 족


전에도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해지를 주장한 사례가 여럿 있었으나 실제로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면서도 계약의 해지나 해제를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참고로 계약의 해지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의 사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들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생기더라도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특히 계속적 계약에서는 계약의 체결 시와 이행 시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변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위 계약을 해지하려면 경제적 상황의 변화로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위에서 본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는 1988년부터 호텔캐피탈 건물에서 이 사건 클럽을 운영하였고, 원고들은 피고에게 직접 입회비, 보증금과 연회비를 지급하고 이 사건 클럽을 이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이용계약을 체결하거나 이 사건 클럽의 회원권을 양수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이용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피고에게 연회비를 납부하며 개인회원이나 가족회원으로서 이 사건 클럽을 이용해 왔다.

(나) 피고가 이 사건 클럽을 운영하면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5차례에 걸쳐 연회비를 조금씩 인상하였는데, 2009. 10. 1.경부터 2013. 9. 30.경까지 매출은 점점 감소한 반면 물가상승에 따라 비용 지출은 점점 증가하여 2012. 10. 1.부터 2013. 9. 30.까지의 기간 동안 피고의 전체 사업은 적자상태가 되었다.

(다) 피고는 2013. 9. 12. 원고들에게 ‘이 사건 클럽의 계속적인 적자 발생 등으로 운영이 더 이상 불가능하여 2013. 9. 30.자로 이 사건 클럽 운영을 중단하므로 납입한 보증금을 반환받아 가라’고 통보하고, 같은 내용으로 공고한 다음 2013. 9. 30. 이 사건 클럽 운영을 중단하였다.

(라) 피고는 2013. 9. 30. 이후에도 계속 적자상태였고 2015년경에는 호텔 등급이 특2등급에서 1등급으로 하락하였다.

(마) 한편 2013. 9.경 작성된 피고에 대한 신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피고의 기업평가등급은 AAA+(직전 기업평가등급도 AAA+)로서 상거래를 위한 신용능력이 최우량급이며 환경변화에 충분한 대처가 가능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현금흐름등급은 CF1으로서 현금흐름창출능력이 최상급인 유동성 우수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Watch등급은 정상으로서 최근 기업 내·외부환경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2012년도의 당기순이익은 19억 3,400만 원이었다.

(3) 위 인정 사실에 따르면, 피고가 적자 누적의 원인으로 들고 있는 신규 회원의 감소나 휴회원의 증가, 시설의 유지·관리 비용의 증가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이용계약의 기초가 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고, 현저한 경제상황의 변동으로 인한 것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피고가 변경에 따른 위험을 떠안기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피고가 주된 사업인 호텔의 이용객을 위한 부가적인 서비스 차원에서 다소간의 적자를 감수하고 이 사건 클럽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피고가 이 사건 클럽을 운영하면서 2009년부터 매출이 감소하고 2012년 말부터 적자가 누적되어 왔다는 점이 계약 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출처 : 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손해배상(기)] > 종합법률정보 판례)

 

결론  :  위 사안에서는 피고의 사정변경에 따른 클럽이용계약에 대한 해지 주장이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