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전세가 있는 주택 매매 계약을 중개하는 경우 공인중개사가 전세금 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 설명하여야 할까?(2024다239364)
전세금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부동산 중개행위는 사실행위에 불과하고, 부동산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이러한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법률사무에 해당하므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동산 중개인에게 이에 대한 조사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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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있는 주택매매에 있어 채무인수에 관한 부동산중개인의 설명의무의 한계
전세가 있는 주택에 대하여 소위 '전세를 안고' 주택 매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주택매도인(즉, 임대인)은 주택매수인으로부터 매매대금에서 자신이 세입자에 돌려주어야 할 전세보증금만큼 공제하고 받게 됩니다. 이는 주택매수인이 임차인에게 줄 전세보증금 채무를 '떠안았으며' 주택매도인은 더 이상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 채무를 부담하지 않음을 전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주택매도인이 전세보증금 채무에서 벗어나려면 이와같은 보증금채무인수에 대하여 주택임차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보증금채권자'인 주택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원래 집주인 즉, 주택매도인에게 보증금을 '빌려준' 것인데, 집주인 바뀌고 새로운 집주인(주택매수인)으로부터 전세보이증금을 받아야 한다면 돈을 빌려준 채무자가 변경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돈 빌려준 사람의 허락도 받지 않고 돈을 갚을 사람이 임의로 변경되는 것은 인정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전세를 안은 주택매매로 인한 채무인수에 대하여 임차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임차인은 원래 임대인인 '주택매도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를 낀' 주택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에게 이러한 '전세보증금 채무인수'에 대하여 조사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을까요?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부동산 중개업무는 당사자 사이에 매매 등 법률행위가 용이하게 성립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주선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고, 부동산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각 채무인수의 요건에 관한 분석 등을 통하여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확인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중개 과정에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조사·확인하여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하였습니다.
통상 부동산매매는 고액이 오가고, 복잡한 법률문제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정이 포함된 매매의 경우에는 부동산중개인에게만 의존하기 보다는 법률전문가에게 관련 매매계약에 대하여 법률자문을 받아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 미리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대법원 판례의 사실 관계
가. 원고는 아파트(주소 생략)(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의 소유자로서 2018. 11. 20. 공단(이하 ‘이 사건 임차인’이라 한다)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2억 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공인중개사인 피고 1의 중개로 2020. 5. 16. 소외 1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대금 2억 8,000만 원의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임대차보증금 2억 원은 매수인이 인수하여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하였다.
다. 원고는 2020. 5. 18. 소외 1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공제한 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외 1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라. 소외 1은 이 사건 임차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채무 인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20. 5. 25. 소외 2에게 채권최고액 2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2020. 5. 29. 소외 3 회사에 채권최고액 1,200만 원의 근저당권을 각 설정하여 주었다.
마. 이 사건 임차인은 2020. 8. 3.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의 보험자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이하 ‘서울보증보험’이라 한다)에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이에 서울보증보험은 이 사건 임차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원고를 상대로 구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이 소송에서 2021. 7. 14. “원고는 서울보증보험에 2억 원과 이에 대하여 2021. 1. 13.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라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이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
대법원 판단 내용
1)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과의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같으므로 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법 제29조 제1항에 의하여 신의와 성실로 공정하게 중개행위를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44156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69654 판결 등 참조).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호, 제3호의 규정에 의하면, 부동산중개업의 대상이 되는 중개행위는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매매 등 법률행위가 용이하게 성립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주선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고, 변호사법 제3조에서 규정한 법률사무와는 구별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3두14888 판결 참조).
그런데 부동산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당사자의 의사,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임차인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여부 등에 따라 위와 같은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이 면책적 채무인수, 이행인수 또는 병존적 채무인수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각 채무인수의 요건에 관한 분석 등을 통하여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단순한 사실행위가 아닌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확인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중개 과정에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조사·확인하여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의 경우, 공인중개사인 피고 1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 제3항의 요건을 갖추어 대항력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에 관한 분석을 통해 이 사건 약정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확인하여 이를 원고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 1이 중개 과정에서 원고에게 면책적 채무인수에 해당하여 채무를 면하게 되었다는 등의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1이 공인중개사법 제29조 제1항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중개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