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검수에 불합격하거나 도급인이 검수 절차를 거부할 경우에도 도급계약에 따른 잔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2017다272486)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도급계약서에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하여 합격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그 보수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더라도 완성된 목적물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다면 도급인이 검수 여부나 검수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잔금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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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계약 상 검수 조항은 계약 효력 발생 요건이 아닌 보수지급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수급인이 제대로 만든 목적물을 인도하였음에도 도급인이 부당한 이유를 들어 검수 자체를 하지 않거나 검수에 불합격하였다고 주장하며 도급계약서 상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하여 합격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그 보수를 지급한다”고 조항을 들어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수급인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목적물을 원래 도급계약조건에 따라 충실히 만들었다면 나머지 중도금이나 그대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목적물을 제대로 만들었다면 즉, 도급계약에 따라 '일을 완성'하였다면, 당초 도급계약에 따른 계약금액을 온전히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일을 완성하였다고 하려면'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수급인이 도급인을 상대로 물품대금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감정 등을 통하여 그 목적물 제작에 관하여 계약에서 정해진 최후 공정을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까지 주장·입증하여야 합니다.
오늘 사례에서 수급인은 도급계약에 따라 기계장비를 제대로 만들어 설치하고자 하였으나 도급인이 당초 도급 계약 상 약정된 부품의 사양과 다르다는 이유로 설치를 거절하며 이러한 하자를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하였습니다. 그리고 수급인이 도급인을 상대로 중도금과 잔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도급계약을 해제에 따라 기지급한 선급금을 돌려달라는 반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초 계약에 따르더라도 약정된 부품의 사양이 변경될 수 있으며 제작 도중 도급인의 검수 등을 거친 것으로 소송 중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 장비의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다는 점이 법원 감정 등을 통하여 인정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급인은 당초 도급계약에 따른 잔금 등을 받게 되었고, 피고의 선급금 반환 주장은 인정받지 못하였습니다.
사건 개요
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 보조참가인(이하 ‘보조참가인’이라 한다)은 피고를 통해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로부터 이 사건 장비를 공급받기로 하였고, 피고는 2013. 4.경 원고에게 구매의향서를 교부하였다.
이후 원고, 피고와 보조참가인은 여러 차례 이 사건 장비의 설계, 제조와 설치에 관해 회의를 하였고, 원고는 2013. 5. 29. 피고에게 이 사건 장비를 구성할 품목, 수량, 단가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견적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13. 5. 30. 원고에게 이 사건 장비 제조·설치에 관한 선급금으로 1,056,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나. 이 사건 장비의 제조·설치에 관하여, 보조참가인은 2013. 6. 20. 피고에게 대금 35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도급하였고, 피고는 2013. 6. 24. 원고에게 대금 32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하도급하였다(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제품은 견적서 등에 따라 제작한다. 중도금은 계약금액의 50%로 제품 입고 완료 후 14일 이내에, 잔금은 계약금액의 20%로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다음 달 말 지급한다. 납기일은 2013. 7. 30.로 정한다.
(2) 원고는 피고가 지정하는 장소에 제품을 인도한 후 즉시 설치작업에 착수하고 피고의 입회하에 시운전을 실시하여 피고에게 최종 검수를 요청해야 한다. 피고는 제품에 대하여 견적서, 그 밖에 합의된 평가 기준에 따라 최종 검사를 실시하고 합격 여부를 서면으로 통지한다.
(3) 원고는 제품이 견적서, 그 밖에 합의한 기준에 일치하고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보증한다. 원고는 피고의 최종 검수 합격일부터 1년간 제품의 제작·설치와 관련하여 발생한 일체의 하자를 무상으로 보수할 책임이 있다. 하자보증기간 동안 피고의 귀책사유 없이 발생한 하자로서 보수가 불가능한 하자가 존재할 경우 원고는 피고가 요구하는 기간까지 동일 제품을 무상으로 제작하여 교체해야 한다.
(4) 원고와 피고는,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제품의 사양, 성능이 견적서 등 합의한 기준에 미달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경우(이하 ‘2호 사유’라 한다), 계약서 내용의 이행 거부를 직·간접으로 표시한 경우(이하 ‘5호 사유’라 한다)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다. 피고와 보조참가인은 2013. 6. 21.부터 2013. 8. 5.까지 여러 차례 원고의 공장에서 제작 중인 이 사건 장비를 검수하고 세부적인 요청사항에 관해 수시로 원고와 협의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장비 제작을 마치고 설치 일정 합의에 따라 2013. 8. 12. 보조참가인의 공장에 이 사건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의 중도금 지급 요청에 응하지 않자, 원고는 2013. 9. 13. 피고에게 중도금 미지급을 이유로 이 사건 장비 설치작업을 중단한다고 통보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견적서에서 정한 것과 다른 부품·수량으로 이 사건 장비가 제작되었다면서 견적서에서 정한 대로 완전한 장비를 납품할 것을 요구한다고 통지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통지를 받고 이 사건 장비 설치작업을 중단하였고 피고에게 그동안 작성된 회의록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첨부하여 보내면서 중도금을 지급할 것과 남은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후에도 원고가 수차례 이 사건 장비 설치작업의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의 요청을 거부하고 2013. 11. 20. 원고에게 2호, 5호 사유를 들어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였다.
대법원 법리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에 있어서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도 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하고,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 기한이 도래한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퇴직금등] > 종합법률정보 판례)
제작물공급계약의 당사자들이 보수의 지급시기에 관하여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하여 합격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그 보수를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한 약정은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보수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수급인의 목적물 인도의무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므로,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인 조건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조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검사에의 합격 여부는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 목적물이 계약내용대로 제작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므로 순수수의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물품대금] )
도급계약에 있어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에게 있고,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일이 완성되었다고 하려면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제작물공급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으로서는 그 목적물 제작에 관하여 계약에서 정해진 최후 공정을 일단 종료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까지 주장·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물품대금] )
도급계약에서 목적물의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고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마쳤다면 일이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목적물이 완성되었다면 목적물의 하자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와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개별 사건에서 예정된 최후의 공정을 마쳤는지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4다29217 판결,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등 참조).
민법 제665조 제1항은 도급계약에서 보수는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때 목적물의 인도는 단순한 점유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후 목적물이 계약 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이다. 도급계약의 당사자들이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하여 합격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그 보수를 지급한다.’고 정한 경우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보수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수급인의 목적물 인도의무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검사 합격’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을 좌우하는 조건이 아니라 보수지급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이다. 따라서 수급인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한 다음 검사에 합격한 때 또는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때 보수지급청구권의 기한이 도래한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위 대법원 2004다21862 판결 등 참조).
사건의 해결
(1) 이 사건 장비 제작 과정에서 피고와 보조참가인의 검수, 당사자들의 협의 경과, 원고가 이 사건 장비 제작을 마치고 설치 일정 합의에 따라 보조참가인의 공장에 설치를 시작한 이후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 해제를 통보하기까지의 경과, 이 사건 장비의 성능이나 안전성 하자 유무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비는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고 이 사건 장비를 완성하여 설치를 시작하였으나 피고의 비협조로 설치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예정한 최후 공정을 마쳤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하자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되고,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이 정한 대로 일을 완성하였으므로 잔금을 청구할 수 있다.
(2)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잔금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는데 최종 검수의 완료·승인은 잔금 지급의 조건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이다. 위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예정한 최후 공정을 마쳤는데도 피고가 최종 검수를 거부하고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제를 통보함으로써 ‘최종 검수 완료·승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었으므로 잔금청구권의 이행기도 도래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채권자지체에 빠졌는지 여부나 민법 제538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는 잔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