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네번째 이야기-동창 단톡방에 돈 빌려가서 여러 차례 갚지 않은 친구 이야기를 조심하라는 취지에서 올린다면 명예훼손이 될까?(2022도4171)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톡방에 글을 올린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된다면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태형 법률사무소 042-710-4497
대전 서구 둔산동 1395 민석타워 1203호
ecofirst@hanmail.net
공공의 이익과 정통망법 상 명예훼손의 '비방할 목적'의 성립
sns나 단톡방 등에 다른 사람의 치부를 드러내는 내용을 담은 글이나 댓글을 달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으로 처벌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창들 중 여러 차례 돈을 빌렸으나 갚지 않아 형사 처벌을 당한 친구가 있고 동창들 단톡방에 이 친구를 조심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다면 어떨까요? 오늘 이야기에서 대법원은 글을 올린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정통망법 상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인 '비방할 목적'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아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방할 목적'이라는 범죄요건이 없는 형법상 '명예훼손'은 성립할까요? 이 경우에는 형법상 '명예훼손'도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법 제310조에서는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고, 단톡방에 글을 올린 이유가 다른 동창들이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법리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471 판결 참조).
‘비방할 목적’은 드러낸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 여기에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란 드러낸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드러낸 것이어야 한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그 밖에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무원 등 공인(공인)인지 아니면 사인(사인)에 불과한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 판결,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471 판결 참조).
사안의 해결
가. 이러한 사실관계로부터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 글에 적은 사실은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사기죄로 몇 개월간 수감된 적이 있다.’는 것인데, 그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
(2) 피고인이 만든 채팅방에 참여하였던 상대방들은 피고인, 피해자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동창들로서 특정한 사회집단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의 사기 범행의 대상이 되었던 피고인과 다른 친구도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동창이었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게시 글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적으며 ‘집에서도 포기한 애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피해자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드러내었다. 다만 그것이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정도의 공격적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밖에 악의적이라고 볼 만한 비방을 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4) 피고인은 채팅방에 참여한 동창들에게 ‘너희들도 조심해라.’라고 하여 주의를 당부하였는데, 이러한 모습은 ‘다른 동창들의 피해를 예방하려는 동기로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한다. 게다가 피해자가 과거에 피고인을 포함하여 같은 고등학교 동창 친구 2명을 상대로 사기 범행을 하였으므로, 그 범행의 피해자였던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와 다른 동창들이 교류하는 장면을 보고는 다른 동창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할 만한 동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5)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같은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나.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 사건 게시 글은 채팅방에 참여한 고등학교 동창들로 구성된 사회집단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 글을 채팅방에 올린 동기나 목적에는 자신에게 재산적 피해를 입힌 피해자를 비난하려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피해자로 인하여 고등학교 동창 2명이 재산적 피해를 입은 사실에 기초하여 피해자와 교류 중인 다른 동창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고, 실제로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 글의 말미에 그러한 목적을 표시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서 정한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