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일곱번째 이야기 - 근로 계약 중 경업금지약정 반드시 지켜야 하나요?(2009다82244)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 이익'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되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이나 자유로운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업금지약정은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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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상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과 '보호할 가치있는 사용자의 이익'
회사에 근무하는 많은 #근로자들은 #경업금지약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경업금지약정이란, 근로자가 회사를 퇴직한 후에 몇 년 동안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에 재취업하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를 창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정입니다.
회사입장에서 보면 근로자가 퇴직하며 회사에서 얻은 노하우 등을 경쟁사에서 발휘한다거나 자신이 다른 직접 회사를 차려 활용한다면, 그 손해가 매우 커질 수 있습니다. 근로자입장에서 보면 이전 회사에서 쌓은 경력을 살려 다른 회사 취업하지 못하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질 수 있고, 자신의 체득한 노하우를 살려 회사를 차리지 못한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에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퇴직한 근로자가 새로운 회사를 차리지 못하거나 다른 회사에 취업하지 못하면 건전한 경쟁을 통한 발전을 이룰 수도 없게 됩니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에 대한 적절한 절충점을 찾기 위해 법원에서 원용하는 법리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는 개념입니다. 즉, 경업금지약정에서 금지하는 사항이 '보호할 가치있는 사용자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으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이나 자유로운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경업금지약정의 유 무효 여부는 '보호할 가치있는 사용자의 이익'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직종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보호할 가치있는 사용자의 이익'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호할 가치있는 사용자의 이익'은 무엇일까요?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포함된다고 합니다.
오늘 사례에서 기존 직장을 퇴사한 직원이 새로운 회사(손톱깎이 수출)를 차려 영업을 하자 기존 회사의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근거로 경업금지약정이 '보호할 가치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경업금지기간이 지나치게 길며, 기존 경력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재취업이 어려우며,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가 지급된 사실이 없다 등의 이유를 열거하며, 경업금지약정은 무효이고 이러한 무효인 약정을 근거로 한 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건 개요
1. 피고가 2002. 9. 30. 원고와 사이에 “피고가 원고를 퇴직 후 2년 이내에는 원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거나 직·간접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연봉·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피고는 2004. 2. 28. 원고를 퇴직한 후 2004. 4. 30.경 ‘ (상호 생략)’라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 운영하면서 중국 업체에 도급을 주어 원고가 미국의 배셋(BASSET)사에 납품한 바 있는 손톱깎이 세트, 손톱미용 세트 등과 일부 유사한 제품을 배셋사에 납품하였다.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사건 해결
1. 원심은, 피고용인이 퇴사 후에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용인이 고용되지 않았더라면 그와 같은 정보를 습득할 수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러한 정보가 동종 업계 등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만 영업비밀에 해당함을 전제로(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8278 판결 참조),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주장하는 ‘배셋사의 바이어 명단,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가격산정에 관한 제반자료, 원고의 중국 하청업자인 소외 1(영문 성명 생략), 미스터 ○(본명 소외 2)에 대한 자료’(이하, ‘이 사건 각 정보’라고 한다)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2. 피고가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의 체결로 인해 특별한 대가를 수령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도 퇴직 후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업이 금지되어 있는 점,
피고는 1986. 1. 5. 원고에 입사하여 1999. 9. 6.부터 2004. 2. 28.까지 원고의 무역부장으로 근무하였는데, 원고에서 무역 업무를 통하여 습득한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면 직장을 옮기는 것이 용이하지 않고, 원고를 그만둘 경우 생계에 상당한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점,
피고가 원고를 퇴직하고 같은 업종의 회사를 설립하여 원고가 거래하던 배셋사에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이 오로지 피고가 배셋사의 바이어 등과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기보다는 해외 구매업체들이 중국 쪽으로 구매처를 옮기는 추세에서 주로 국내 하청업체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오던 원고와는 달리 피고가 전적으로 중국의 하청업체들로부터 공급받은 제품을 납품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비록 피고가 회사를 설립하여 원고와 동종 사업을 영위하고자 원고를 그만 두었고, 퇴직일에 임박하여 미리 그 사업을 준비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배신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피고의 위와 같은 영업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근로자인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위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