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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번째 이야기 - 범죄 후에 법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었다면 항상 변경된 법을 적용하여야 할까?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성실한 김변 2022. 12. 29. 13:53

 

변경된 유리한 법을 적용하여야 합니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종전의 대법원 판결 등을 변경하는 등의 판결)은 '반성적 고려'에서 개정된 경우만 신법을 적용하던 종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여 개정 법령 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유리한 신법을 적용하도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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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에게 유리한 법령 변경 적용시 변경동기를 구별하는 동기설의 폐지

 

원래 제 블로그는 민사법 관련 사항을 포스팅하는 블로그입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는 형사법이기는 하지만 워낙 중요한 판례 변경이라 소개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포스팅합니다.

 

범죄를 저질렀을 때 어느 법을 적용하느냐는 기본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법령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화하면서 함께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범죄로 처벌받던 행위가 범죄가 안되기도 하고(간통죄가 대표적입니다.) 무겁게 처벌하던 범행을 가볍게 처벌하기도 하기도 합니다.(오늘 사례가 그러합니다.)

 

이러한 경우 어떤 법을 적용할 것인지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문제가 됩니다.

 

이에 관하여 형법 제1조는 제1항에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 고 규정하여 행위시의 법률에 따라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제2항에서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舊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新法)에 따른다."다고 규정하여 행위 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법령이 변경된 경우에는 신법을 적용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대법원은 소위 "동기설"이라는 명칭으로 행위 후에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법령이 변경되었어도 법률이 변경된 동기에 따라 그 적용 여부를 달리하였습니다.

 

동기설이란, 법률변경의 동기가 범죄로 보아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형이 너무 과중하다는 반성적 고려, 즉, 법률이념의 변천에 있으면 유리하게 변경된 법률이 적용합니다.(제1조 제2항 적용) 그러나 법률변경의 동기가 법률이념의 변경이 아닌 사실관계의 변화 등 다른 사정의 변천에 따라 그때그때의 특수한 필요에 대응한 것이었다면 변경 전의 행위 시의 법률을 적용하는 것입니다.(제1조 제1항 적용)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해석'을 통하여 제1조제2항 법문에 위배된며, 법률변경의 '동기'가 '법률이념의 변천'인지 '사실관계 등의 변천'인지 구별이 모호하고 법관의 자의에 맡겨진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된 법률 자체에 경과규정을 두어 행위 당시 법을 적용할지 그 후 변경된 법을 적용할 지 미리 정해두지 않은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유리하게 변경된 법률을 적용하도록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법리에도 충실하고, 피고인에게는 유리한 방향으로 대법원 판례가 변경된 것으로 타당한 판례 변경으로 판단됩니다.

 

사건 개요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부분(이하 ‘이 부분 공소사실’이라고 한다)의 요지

 

피고인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4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2020. 1. 5. 혈중알코올농도 0.20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였다.

 

나. 원심판단

 

원심은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어 2020. 12. 10.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8조의2 제1항,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 법률 개정

 

구 도로교통법이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어 원심판결 선고 후인 2020. 12. 10.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제2조 제19호의2 및 제21호의2에서 이 사건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와 이를 포함하는 ‘자전거등’에 관한 정의규정을 신설하였다.

 

이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전거등에 해당하게 되었으므로, 자동차등 음주운전 행위를 처벌하는 제148조의2의 적용 대상에서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는 경우를 제외하는 한편,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 행위에 대하여 자전거등 음주운전 행위를 처벌하는 제156조 제11호를 적용하도록 규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법률 개정’이라고 한다).

 

그 결과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술에 취한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한 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 개정 전에는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을 적용하여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였으나,

 

 사건 법률 개정 후에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1호를 적용하여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하게 되었다.

 

이 사건 법률 개정은 이러한 내용의 신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위반행위에 대하여 종전 법령을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법률 개정과 같이 범죄 후 법령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신법에 따를 것인지 여부이다.

 

종래 대법원은 이러한 쟁점의 해결을 위하여 법령의 변경에 관한 입법자의 동기를 고려하여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적용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즉 형벌법규 제정의 이유가 된 법률이념의 변경에 따라 종래의 처벌 자체가 부당하였다거나 또는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령을 변경하였을 경우에만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된다고 해석하여,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특수한 필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법령을 변경한 것에 불과한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하고 행위 당시의 형벌법규에 따라 위반행위를 처벌하여야 한다는 판례 법리를 확립하여 오랜 기간 유지하여 왔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이와 같은 종래 대법원판례 법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쟁점에 대한 판단


 

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라야 하고(형법 제1조 제2항), 범죄 후의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이러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규정은 입법자가 법령의 변경 이후에도 종전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경과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 한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규정한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의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에는,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된다.

 

형벌법규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이 아닌 고시 등 행정규칙ㆍ행정명령, 조례 등(이하 ‘고시 등 규정’이라고 한다)에 구성요건의 일부를 수권 내지 위임한 경우에도 이러한 고시 등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형벌법규와 결합하여 법령을 보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므로, 그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졌다면 마찬가지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된다.

 

그러나 해당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이 아닌 다른 법령이 변경된 경우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려면, 해당 형벌법규에 따른 범죄의 성립 및 처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형사법적 관점의 변화를 주된 근거로 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여야 하므로, 이와 관련이 없는 법령의 변경으로 인하여 해당 형벌법규의 가벌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에는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법령이 개정 내지 폐지된 경우가 아니라, 스스로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하여 효력의 상실을 예정하고 있던 법령이 그 유효기간을 경과함으로써 더 이상 효력을 갖지 않게 된 경우도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본 사안의 결론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술에 취한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한 행위는, 이 사건 법률 개정 전에는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이 적용되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었으나,

 

이 사건 법률 개정 후에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1호가 적용되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되게 되었다.

 

이러한 이 사건 법률 개정은 구성요건을 규정한 형벌법규 자체의 개정에 따라 형이 가벼워진 경우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종전 법령이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형법 제1조 제2항을 적용하여야 한다.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형법 제1조 제2항에 따라 행위시법인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으로 처벌할 수 없고, 원심판결 후 시행된 이 사건 법률 개정을 반영하여 신법인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1호, 제44조 제1항으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므로, 원심판결 중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2호의 “판결 후 형의 변경이 있는 때”에 해당하여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